추억 속 우리집 첫 자동차 '아토스'


추억 속 우리 집 첫 자동차


뜬금없이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 자동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IMF에 직격타를 맞은 필자의 가족이었기 때문에 97년도 이후 10여 년 간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삶을 살아왔었죠.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 시절만큼 가족이 똘똘 뭉쳤었던 적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그 IMF가 터지기 직전 저희 가족은 첫차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97년도 겨울~98년도 초반 즈음 겨울이었을 거예요. 현대자동차 딜러 분이 집에 방문하여 두툼한 만 원짜리 현금으로 차량을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의 가족에게는 첫 자동차였기 때문에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어요. 주말, 휴일만 되면 아버지께서는 아토스에 가족을 태워 이곳저곳을 여행시켜 주셨죠. 차량 구입 후 일 년여간 시트 포장도 안 뜯고 탔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께서는 가족과 함께 IMF를 이겨낸 귀여운 첫차를 폐차시키기까지 18여 년 동안 타셨죠. 


아토스를 소개하고 하는 이유는 필자 외에도 많은 분들에게 추억의 차량이셨을 거란 생각에 글을 적어 봅니다. 


국내에서의 아토스


아토스는 현대자동차에서 최초로 출시한 경차입니다. 


90년대 초반에는 대우자동차의 티코가 경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현대자동차에서는 97년 9월 시대적 전략 모델로 경차 하나를 출시하게 됩니다. 


(출처 : 네이버, 97 동아)


97년도 서울 모터쇼에서 프로젝트 MX 콘셉트 디자인으로 선보였던 이 차량은 8월 28일 롯데호텔에서 당당하게 신차발표회를 가졌어요. 


AOTZ(아토스)라는 이름의 어원은 A to Z, 즉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아토스는 경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티코'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토스가 출시된 첫날 판매량은 당시 계약 수치 최다 신기록인 1만 4천4백18대를 수립했습니다.  


(현대 입실론 엔진)


0.8L의 배기량임에도 불구하고 직렬 4기통 입실론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후에 등장한 마티즈가 직렬 3기통이었기 때문에 빗댈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추가적으로 현대자동차는 97년 12월에 세미오토라 불리는 반자동 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을 내놓았어요. 자동변속기 대비 60%수준인 49만 원에 이 변속기를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IMF라는 시대적 풍파를 맞은 대한민국에서 경차의 연비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었어요. 더군다나 반자동 변속기는 자동변속기보다 연료 효율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았죠. 


1997년 12월에는 월간 판매 순위에서 전 차종 1위를 기록하는 쾌재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마티즈 1세대)


하지만!!!!!!! 


쾌재는 잠시, 대우자동차에서 엄청난 핵폭탄 급 대항마를 출시하게 됩니다. 


바로 국민 경차인 마티즈가 출시된 것이죠. 1998년 3월 27일에 출시된 이 차량은 작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여성들한테 인기가 좋았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티코와 마티즈의 사이에 낀 아토스의 인기는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마티즈가 국내 경차 시장을 석권한데다가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모든 타이틀과 영광을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의 아토스


한국에서 참패를 맞은 아토스이지만 약간의 디자인을 수정하여 인도 시장에 내놓고 나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게 됩니다. 


전고를 약간 낮게 설계한 후 상트로(SANTRO)라는 이름으로 인도에 출시하면서 소형차 시장 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그 후 현대자동차는 공장을 인도 첸나이 현지 공장으로 옮기고 경차 규격이 변경된 2008년부터는 기아자동차에게 경차 시장을 맡기게 됩니다. 아토스의 피를 이어받은 비스토는 장점을 더 살려서 출시되었기 때문에 반응이 좋았죠.  


(힌두교 터번)


왜 인도 시장에서 먹혔을지 분석해 놓은 이야기를 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인도의 시크교 신도와 일부 힌두교 신도들이 터번을 쓰고 다니는데 다른 차에 비해 차고가 높은 아토스가 비교적 유리했기 때문이라네요. 


(i10)


현재는 풀 모델이 체인지 되면서 후속 모델인 i10이 인도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어 대한민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i10 2세대부터는 인도 대신 터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인도에서는 i10의 하위급 모델인 이온이 생산됩니다. 



아토스의 장, 단점


장점 



아토스는 넓고 높은 실내가 무기였습니다. 필자의 기억에도 키가 큰 사람이 탑승하더라도 답답한 모양새가 나오지 않았었죠. 또한 경차치고 굉장히 넓은 트렁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텐트 등의 캠핑용품을 싣고 다니기에도 좋았습니다. (아토스를 타고 강원도 홍천으로 여름 시즌마다 캠핑을 즐겼었습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자전거를 넣으면 들어갈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위키를 참고하자면 마티즈와 같이 고속에서 멈추는 브레이크 실험을 했는데 마티즈는 차체가 움직이고 멈춰졌지만 아토스는 차체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멈췄다고 합니다. 


아토스는 제도적 혁신으로 23개월 만에 개발되었으며, 이는 국내 최단 개발기간이라고 합니다.

 

또한 국내 안전법규를 통과한 최초의 경차이며, 북미와 유럽 안전기준까지 만족시킨 차량이죠.



단점 


무거운 공차 중량 때문에 800cc 엔진으로써는 힘이 부족해 언덕길에서 꽤나 힘겹습니다. 필자가 미시령을 넘어갈 때 낮은 단수로 기어를 자주 바꿨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필자의 아버지께서는 뽑기 운이 좋아 폐차시키기 전까지 문제가 없었지만 설계상의 미스로 냉/난방장치의 고장이 잦다고 하네요.  



아토스와 관련된 여담



아토스는 1998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스폰서였는데 현대자동차에서는 실제 아토스를 외야석에 놓고 마케팅을 했습니다. 외야석에 있는 아토스를 홈런으로 맞추면 5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1998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LG 트윈스의 김동수가 받게 됩니다. 더군다나 4회에 홈런을 치면 '아토스 홈런상'이라는 이름으로 50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는데 공교롭게도 김동수의 홈런이 4회에 아토스존으로 떨어져서 100만 원을 지급받게 되었다고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어떤 자동차가 추억 속에 있을지 궁금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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